**** 학습학이란 ? ****/학습학 관련 자료

기억에 관하여 잘 정리한 사이언스 타임즈 박미용 기자님의 글

배움배움이 오리쌤 2009. 6. 12. 13:02

기억에 관하여 최근의 연구결과들까지 포함하여 잘 정리, 소개한 박미용기자님의 글입니다. 라몬 이 카할부터 해마에서 새로운 뇌세포들이 생성된다는 최근의 연구결과까지 잘 소개되어 있네요. 읽어보시면 좋을 듯 ^^

 

------------------------

 

기억은 어떻게 저장되고 재생될까? 우주보다 미스터리한 뇌의 신비(2)

2008년 07월 21일(월)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07.21 ⓒ ScienceTimes

 

기억상실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통속적인 소재이다. 현재 방영중인 수목드라마 ‘태양의 여자’에도 쓰였다. 여기에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로 어릴 적 잃어버린 딸을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기억이 이렇게 자주 다루어지는 것은 그만큼 기억이란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지 못하는지는 어디까지나 기억에 달려있으니 말이다. 기억을 잃으면 우리의 존재 의미도 함께 사라진다.

 

그렇다면 기억, 그 자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기억은 우리 뇌 속에 어떻게 저장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과거의 일들을 기억해낼 수 있을까?

 

 

뇌는 ‘무엇’(사실-서술적 지식)과 ‘어떻게’(방법-절차적 지식)를 따로 기억한다

 

기억에 대한 현대의 연구는 1957년 한 환자의 뇌수술에서 시작되었다. 27살의 HM은 간질 발작이 어찌나 심했던지 마지막으로 선택으로 대뇌의 측두엽(temporal lobe)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는 위험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그에게 뜻밖의 결과를 남겼다. 다름 아니라 수술 후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그의 사례를 통해 내측 측두엽(medial temporal lobe)과 해마(hippocampus)가 새로운 기억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장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HM은 과거 속에 사는 사람이 되었지만 뇌 연구의 발전에는 큰 기여를 한 인물이 된 것이다. 그는 아직도 살아있는데(작년 말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기사도 올리겠습니다. - 오리쌤 주) 지금도 뇌연구자들에게 탐구대상이 되고 있다.

 

HM의 연구를 통해 뇌과학자들은 기억이란 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냈다. 한 예로, HM에게 복잡한 그림을 그리는 과제를 주었다. 그는 그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그림 솜씨는 날로 꾸준하게 향상되었다. 즉 그림 그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기억에 남아있다는 얘기였다. 신기하게도 뇌는 무엇을 기억하느냐는 것과 어떻게 하느냐를 기억하는 것이 다르다.

 

 

다양한 종류의 기억들

 

▲ 영화 '첫키스만 50번째'. 자고 나면 전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을 만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그의 그림을 그린다. 기억이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영화다.(원문에는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는데...자꾸 지워지는군요. 오리쌤은 컴맹 ㅡ,.ㅡ;;) 

 

그동안 과학자들은 기억의 여러 종류를 찾아냈다. 보거나 들은 것을 잠깐 동안 기억하는 감각기억(sensory memory), 20-30초 정도 전화번호 같은 것을 암기하는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그리고 수일 이상 오랫동안 남아있는 장기기억(long-term memory)으로 구분된다.

 

또한 장기기억은 다시 이름이나 사실과 같은 정보를 담아두는 서술적 기억(declarative memory)과 자전거 타기나 수영하기와 같은 행위나 조작을 하는 방법을 담아두는 절차적 기억(procedural memory)로 나뉜다. HM의 경우 서술적 기억은 상실했지만 절차적 기억은 살아있었던 것이다.

 

서술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은 또다시 조금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진다.이외에도 뇌 과학자들은 사고의 유형에 따라서, 그리고 의도적인 기억인지 무의식적인 기억인지에 따라서 기억을 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뇌의 다른 부위가 다른 종류의 기억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뇌의 일부분이 손상되면 다른 기억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한 종류의 기억만 잃게 되기 때문이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차이

▲ 190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카할 박사. 그는 기억이 뉴런 간의 연결에 있다고 보았다.(역시 컴맹이라 라몬이 카할 박사의 이미지를 못올림 ㅡ,.ㅡ;;)

 

기억의 다양한 종류를 알아냈음에도 기억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아직 우리는 정확하게 답변할 수 없다.

 

약 100년 전 위대한 뇌 해부학자인 라몬 이 카할은  이에 대해이렇게 생각했다. 기억이 형성되려면 뇌세포인 뉴런 간의 연결이 강해져야 한다고 말이다. 당시에는 성인의 뇌가 더 이상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기 때문에 카할은 이미 있는 뉴런 간의 변화가 핵심이라고 추측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뉴런 사이에 어떤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는지에 대해 거의 단서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 이후 과학자들은 뇌신경체계 조직을 분리해서 분자수준에서 기억형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를 통해 뇌 과학자들은 단기기억에는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를 강하게 하는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반면, 장기기억에는 단백질이 합성되고 새로운 시냅스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런 분자수준의 연구결과를 뇌 전체 연구로 확장하는 일이 뇌 과학자들에게 큰 도전으로 남아있다.

 

 

전화번호 대기 시합에서 컴퓨터를 이긴 택시기사

 

뇌 속에서 어떻게 기억이 재생되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더 미스터리하다. 영국인 택시기사 톰 모튼은 랭커셔 주의 1만6천개의 전화번호를 기억한다. 그런 그는 1993년 영국의 국영방송 BBC의 ‘그것이 인생이야’(That's Life)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영국 올림피아 전화국 컴퓨터와 대결을 벌였다. 누가 빨리 전화번호를 대느냐는 시합이었다. 결과는 모튼의 승리였다.

 

어떻게 그는 컴퓨터보다 빨리 전화번호를 기억해낼 수 있을까? 모튼만 놀라운 능력을 가진 건 아니다. 누구나 다 그렇다. 누군가에게 배용준을 아느냐고 물어보자. 그러면 즉시에 안다거나 모른다는 답을 듣게 될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기억해낼 수 있을까? 불행히도 우리에겐 아직 이를 설명해줄 그럴 듯한 이론조차 없는 실정이다.기억에 관해서 해마다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때로 이런 연구결과가 또 다른 의문점을 낳기도 한다.

 

 

최근의 새로운 연구결과들

 

최근에 새로운 과제를 학습할 때 나타나는 뇌 활동 패턴이 나중에 잠자는 동안에 재생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잠이 기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또 다른 연구는 우리의 기억이 생각만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기억은 왜 그렇게 불안정한 것일까? 올해 초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 교수 연구팀은 한번 저장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낼 때 시냅스를 단단하게 해주는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시냅스가 풀리고, 그 결과 저장된 기억이 재생된다는 점을 밝혀내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기억을 재생해낼 때마다 풀리는 시냅스로 인해 기억은 조금씩 변형되는 것일까?

 

한편 1998년에는 뇌의 해마에서 뉴런이 평생 동안 새롭게 생겨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뉴런은 성장이 끝나면 더 이상 새로 분열하지 않는다는 정설이 파기되었다. 그렇다면 새로 생겨난 뉴런이 기억과 학습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이 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약물로 고통스런 기억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기억의 신비가 풀리면 기억조차도 내 맘대로 골라서 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이번 세기에 우리는 기억의 신비를 얼마나 풀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