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대회 둘째 날, 1시간 카드!! 십년감수!!
대회 둘째 날 아침, 호텔을 나와 대회장으로 들어서니 전날 치른 세 종목의 기록을 공지하는 게시판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과연 주상과 계원이 1000자리 기억에 성공했을까? 너무 복잡해서 게시판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데 계원이 사람들을 헤치고 내 쪽으로 걸어 온다. 상기된 표정 ㅎㅎ "쌤! 1020자리요!" 축하 악수를 하고 조감독(주상)은? 물어보니...맙소사 988자리란다.
헐...1020자리와 988자리. 이미지 하나를 틀리면 한 줄 40자리 전체가 0점이 된다. 그러니까 주상이 이미지 하나만 더 기억해 냈다면 1028자리인 것이다. 계원은 이미지 하나 차이로 IMM 합격선을 넘었고 주상은 바로 앞에서 멈췄으니...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어제 총 1390자리를 외워서 답지에 완벽하게 써 냈다. 3번씩 확인해 본 결과 100% 인출 성공이 확실했다. 그러나 발표된 기록을 보니 1390자리 중에서 1250자리만 성공으로 인정되고 140자리는 틀린 것으로 채점되었다. 140자리면 3줄 반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건데 어디에서 에러가 난 것일까? 3번씩 확인해 보았을 때 100% 인출 성공이었는데, 결국 숫자를 잘 못 읽었거나 의식하지 못한 채로 잘못 썼다는 뜻이다. 집중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이 정도 손실율은 예상 범위 내의 것이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4. 15분 추상적 이미지 외우기
이 종목에서는 최소한 300점대의 기록을 예상했다. 결합 훈련은 한 번도 하지 못했지만 정형화 작업은 50% 정도는 끝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회 참가한 이래 최악의 점수를 거뒀다. 첫날 1시간 숫자를 무난히 패스한 데 따른 방심 + 피곤함 + 잠에서 덜 깬 두뇌 상태에서 순전히 이미지만을 다뤄야 하는 종목이라서 중간에 비몽사몽 꿈결을 헤맸다.(이미지를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뇌파가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 삼천포로 빠졌다는 것까지는 인지했으나 바른 길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내 두뇌(메타인지!)는 너무 늘어져 있었다. 꿈속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는 "3000점만 넘으면 돼. 괜찮아^^"였다. 이 종목을 마치고 나서 원래 목표인 4000점 돌파를 포기했다. IMM 기준인 3000점 이상만 얻도록 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5. 5분 숫자 외우기
200자리는 기본, 240자리가 목표였지만 160자리에 그치고 말았다. 240자리를 외웠지만 두 줄에서 이미지 한 두개씩을 제대로 인출해 내지 못했다. 추상적 외우기 종목에 비하면 컨디션이 좀 더 올라왔지만 여전히 침체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6. 5분 역사 연도 외우기
컨디션이 거의 바닥을 기는 상태였는데 이 종목에서는 오히려 종전의 내 기록을 경신하였다. 그 이유가 나 스스로도 무척 궁금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첫번째로 3000점만 넘자고 목표를 낮춰서 몸은 피곤하나 마음은 편한 상태였다는 것, 두번째로는 아마도... 추상적 이미지에서 꿈결을 헤맸던 두뇌가 숫자, 연도와 단어를 읽으면서 약간이나마 활력을 되찾아서가 아닐까 한다. 이미지는 뇌파를 낮추고 숫자와 언어는 뇌파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는 내 경험칙으로 내린 결론이다.^^;;
중국 어린이 선수들과 혜정. 장백지를 닮은(?) 혜정은 중국 어린이들에게 인기 폭발이었다 ㅎㅎ
7. 1시간 카드 외우기
이제 대회 두번째 날의 마지막 종목 <1시간 카드 외우기>이다. 20팩을 외우는 것이 애당초 목표였지만 컨디션이 워낙 안 좋아 18팩 목표로 하향 조정했다. 실수를 감안해도 16팩은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점심 식사 후에 카드 거치대를 가지러 내 방으로 올라갔다. 내가 쓰는 종이카드는 워낙 미끄러워서 자칫 잘못하면 테이블 밑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20팩 이상 다뤄야 하는 1시간 카드 종목을 위해 특별히 거치대를 준비해 왔는데...
호텔 방에 올라가 침대 앞에 서니 피곤이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20분만이라도 눈좀 붙이고 가자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 알람과 호텔 방 시계 알람 두 개를 맞춰 놓았다. 밤에 자야 할 때는 잠이 잘 안 오고 이런 때는 꼭 잠에 푹 빠진다. 아련하게...현실에선가...꿈속에선가...삐~, 삐~, 삐~ 알람 소리가 들려 왔다. 순간 앗! 하고 튀어 올라 시계를 보니...맙소사. 1시간 카드 시작 시간에서 5분이 더 지나 있었다. 1분 동안 울리는 핸드폰 알람은 멈춰 있었고 호텔 방 알람이 5분 넘게 계속 울리고 있었던 거다. 카드 거치대는 챙기지도 못하고(설치하려면 2~3분 걸린다) 부리나케 최대한 빨리 대회장으로 달려갔다. 호텔에서 대회장까지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던지...달려 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에고~ 낮잠 자다가 IMM 못 땄다고 블로그에 올려야 하나...아...X팔려...1년을 또 기다려야 하나..."
대회장 문을 말 그대로 박차고! 들어갔다. 아...천만다행...토니 부잔이 지난 종목들의 기록을 발표하고 있어서 아직 경기 시작 전이었다. 서둘러 자리에 앉아 카드를 꺼내어 순서대로 정리했다. 심장이 벌렁벌렁 ㅎㅎ 주상이 테이블 앞에서 내 사진을 찍는데 너무 경황이 없어서 포즈를 취하지 못했다.
여유만만 한국팀 1. (훗! 카드 15팩 정도는 외워 줘야 기본 아니겠어?)
여유만만 한국팀 2. (훗! 두 팩 실패하더라도 10팩이야 넘겠지)
여유만만 한국팀 3. (훗! 나의 사전에 인출 실패란 없다. 딱 10팩으로 끝내주마)
여유만만 한국팀 4. (훗! 1시간 숫자도 성공했는데 까짓 14팩 정도야...)
목표만 20팩이면 뭘하나^^;; 헐레벌떡 뛰어 와서 아직 카드도 꺼내 놓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한국팀 5. (침착 침착!! 아무리 못해도 10팩은 할 수 있어. 침착 침착!)
카드를 순서대로 정리하기도 전에 start 콜이 떨어졌다. 다급하게 심호흡하고 카드를 넘겨 가는데 좀체로 읽히지를 않는다. 평소라면 1분이면 넉넉한 1팩 52장을 4분 이상 걸려서 겨우 기억저장소에 집어 넣었다. 두 번은 더 반복해야 하는데 이러면 10팩도 못 외운다.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침착해야 한다.
12팩만 외우자. IMM 기준만 통과하자. 시간은 충분하다! 스스로를 달래면서 겨우 겨우 카드 팩 수를 늘려 나갔다. 50분 정도 지나서야 10팩을 세 번 반복했다.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어 나머지 10분에 세 팩을 더 외우니 타임 아웃!
답지 recall sheet에 13팩의 순서를 머릿 속에 있는 그대로 100% 확실하게 채워 넣었다. 답지를 제출하고...그야말로 축~~ 늘어졌다. 1시간 숫자에서보다 1시간 카드에서 이렇게 진을 뺄 줄이야...ㅎㅎ;;
그 다음 날, 대회 마지막 날에 1시간 카드의 결과를 알았다. 뜨악~하게도 13팩이 아닌 10팩 반을 외운 것으로 나왔다. 13팩 외운 것은 100% 완벽하게 적어 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서도 실수가 나와 2팩 반은 틀린 것으로 채점되었다. 아마도 카드를 잘못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1시간 카드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다 ㅠㅠ
1시간 카드에서 50분을 넘어갈 무렵에 무척 힘들어서 "12팩만 외우고 그만 쉬자. 설마 10팩이야 안 되겠어?"...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들었는데, 혹시 모르니 최선을 다해 1팩만 더 외우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자칫 유혹에 넘어갔다면 9팩 반의 기록으로 IMM 타이틀 획득이 물 건너 갔을 수도...ㅎㅎ;;
12월 18일 대회 마지막 날, 3000점만 넘자~~
8. 15분 무작위 단어
마지막 날에는 3000점 넘어서 IMM 타이틀 따는 것에만 집중했다. 마지막 날 9번째, 10번째 종목인 spoken numbers와 speed cards는 체력과 집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득점하기가 무척 힘들다. 나의 컨디션으로는 현상 유지도 힘들 것이기 때문에, 15분 무작위 단어에서 점수를 벌어 놓아야 했다. 126단어를 외워서 개인기록을 경신했다고 생각했지만..."생리학"을 "생리학자"로 쓰는 등 5단어에서 실수가 나와서 83단어만 인정되었다. 역시 개인 최저 점수...
9. Spoken Numbers
체력과 집중력이 바닥인지라 spoken numbers(1초에 한 자리씩 불러 주는 숫자를 딱 한 번만 듣고 외우는 종목)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그래도 기본점수를 벌어 놓아야 해서 최대한 애썼지만 역시 참가한 대회 중 최저 점수...^^;;
10. Speed Cards
총점 3000점만 넘자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각 종목이 끝날 때마다 점수 계산을 해왔다. 마지막 종목인 speed cards에서 300점 이상만 얻으면 3000점을 넘게 된다. 최악의 컨디션이지만 카드 1팩 52장을 100초 내에만 외우면 되니 별 다른 부담은 없었다. 필리핀 기억력스포츠의 대모인 AB 보니타가 3000점을 넘었는지 물어본다. 아직 아니라고 하니 눈이 동그래진다. 스피드 카드를 100초 안에만 외우면 되니까 걱정말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100초 안에만 외우면 되기 때문에 첫 번째 시도에서 타이머를 흘깃 흘깃 지켜 보다가 97초대에 버튼을 눌렀다. 여유있게 성공하고 두 번째 시도에서 개인 기록 52초대를 깨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국내에서 제 컨디션일 때는 39초대 아래도 어렵지 않지만 해외 세계 대회에서 마지막 날 마지막 종목이 되면 49초대 아래도 어려운 것이 내 실력이다. 내가 고안한 한국형 더블카드 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카드 기억 시스템이지만 훈련 부족으로 인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레이싱 머쉰을 설계하고 만들었는데...드라이버가 시원찮아서 기록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나 할까.
1시간 숫자와 역사연도 두 종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8종목에서는 거의 개인 최저 점수거나 그에 가까운 점수였으나, 여하튼 한국 최초의 국제 기억력 마스터 타이틀 획득에는 성공했다.
한국팀 결산
주상은 1시간 숫자에서 이미지 하나만 더 기억해 냈더라면 다른 종목에서도 탄력을 받아서 나, 계원과 함께 한국 최초의 기억력 마스터 타이틀을 딸 수도 있었다. 계원과 주상은 이미지 하나 차이로 1020자리와 988자리로 갈렸으니 주상은 이번 대회에서 운이 없었다고 할 수밖에...1시간 카드와 무작위 단어 종목에서 한국 기록을 보유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국제 기억력 마스터 타이틀 바로 앞에서 멈췄지만 주상의 나이에 이 정도로 도전하고 기록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마땅히 상찬받을 일이다.
혜정은 국제 기억력 타이틀 기록에는 많이 못 미쳤다. 실제 학습에 적용되는 학습기억법 강사로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경험과 실력을 갖고 있지만 기억력스포츠는 거기에 딱 맞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점수가 안 나온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국내 유수의 기업체 강의에 자주 초빙되는 인기강사로 기억력 스포츠 훈련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는 혜정으로서는 꽤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혜정은 1분 23초 대의 기록으로 마스터 기준 종목 중 하나인 스피드 카드를 패스했다. 1분 23초 대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 중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훈련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처지임을 감안하면 무척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계원은 이번 대회에서 전체적으로 쾌조의 컨디션이었기 때문에 나를 넘어서 한국 랭킹 1위로 올라설지가 무척 궁금했다. 그러려면 마지막 종목인 스피드카드를 57초대로 끊어야 했다. 최고 기록이 70초대인 계원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는데 불운하게도 첫 번째 시도에서 타이머 작동 에러가 나오면서 꼬여 버렸다. 그 여파로 두 번째 시도에서도 실패. 하지만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나와 함께 한국인 최초의 IMM(국제 기억력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영은 첫 출전에 마스터 기준 종목 중 하나인 스피드 카드를 패스했고, 1900점대 점수를 기록하면서 대회를 마쳤다. 이번 세계 대회가 국제 기억력 대회 첫 출전이라는 점에서 1900점대 점수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중국이나 몽골의 경우 자체 훈련과정을 거치면 첫 출전에 3000점대 이상을 기록하는 선수들이 적지않게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서 스스로의 열정으로 첫 출전에 1900점대 이상을 기록한 것은 한국 기억력스포츠 선수 중(몇 명 안 되지만^^;;) 최초의 일이다.
국가별 랭킹은 그 대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상위 3인의 점수를 합산하여 결정하므로 한국팀은 나와 계원, 주상의 점수를 합하면 된다. 23~25개국(?) 중에서 9위에 올랐다.
마지막 종목이 끝나고 토니 부잔, 도미니크 오브라이언 등이 우승자 알렉스 멀렌에게 몰려 들었다.
우승을 차지한 미국의 알렉스 멀렌. 9번째 종목까지 스웨덴의 마윈 왈로니우스에게 뒤져 있었지만 마지막 종목에서 21.50의 기록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우승자 알렉스와 준우승자 마윈. 둘 사이의 점수 차이가 아주 간발의 차이(close)였다고 말하는 토니 부잔.
10종목 경연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 가는 길에 세계 챔피언 알렉스와 함께. 알렉스와는 넬슨과 브랫 좝 덕분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역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몽골의 뿌렙잡, 엥크문크와 함께. 몽골의 이 두 청소년은 이번 대회에서 Top 10에 들었고 총점 6000점 이상을 획득하여 세계 최연소 국제 기억력 그랜드 마스터(International Grandmaster of Memory =IGM)가 되었다. 기억력스포츠 25년 역사상 10대가 6000점 이상을 획득한 예는 이 둘 뿐이다.
그러나 기억력 스포츠 선수들도 실제 학교 공부에 필요한 학습전략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이 함정이다. 엥크문크는 어려서 한국에서 6년간 살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한다. 지난 홍콩 아시아선수권 대회때 엥크에게 <이해와 기억의 9절차>를 보내 줄테니 잘 들어보라고 했다. 엥크는 내 강의가 공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에 진학하면 비즈니스 마케팅 쪽을 전공하겠다는데, 부전공으로 학습전략에도 관심을 가져 보라고 조언했다.
혜정과 세계 최연소 국제 기억력 그랜드마스터. 내가 팔짱 끼라고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어 ㅎㅎ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다시 대회장으로 돌아왔다. 일본 대표 타케루와 함께...피곤에 찌든 모습...
폐회식이 자꾸 늘어지면서...그저 피곤하기만...앞 자리에 앉은 주상이 찍은 사진 ㅎㅎㅎ
그러나 몽골전사들은 흔들리는 법이 없다. 꼿꼿하게 앉아서 단체 사진 한 장 찰칵!
인도팀. 맨 왼 쪽의 파란 색 옷 부인은 중간에 앉아 있는 두 자매의 어머니다. 인도의 얄라가다 Yarlagada 두 자매는 2013년 런던 세계 대회때 처음 보았는데, 홍콩 아시아 선수권때 나의 앞과 뒷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친해졌다. 민소매 옷을 입은 동생 '스리 바이쉬나비 얄라가다'는 영향력 있는 인도 여성 100위 안에 랭크되는 유력인사(?)다 ㅎㅎ
맨 오른 쪽은 vagabond artist란 별명의 옴카르 키비 Omkar Kibe. 나를 보자 크게 반가워 해서 순간 누구지? 당황했다. 별명을 듣고 나서야 페이스 북 친구인 vagabond artist임을 알았다.
이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어린이Kid 부문 입상자들. 중국 어린이들이 싹쓸이.
이번 대회 10위~4위까지. 300만원 정도의 상금을 받았다. 역대 세계랭킹 1위인 요하네스 말로우가 이번 대회에서는 4위로 밀렸다. 중국처럼 먼 곳에서의 원정경기는 몸이 불편한 하네스(요하네스 말로우의 애칭)에게 몹시 불리하다. 하네스의 기록을 보면 유럽에서와 중국에서의 기록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마지막에는 결국 체력에서 승패가 갈린다.
총 3억원의 상금이 걸린 제 24회 세계 기억력 선수권 대회의 1, 2, 3위 입상자들. 1,2위인 알렉스와 마윈은 20대 초반이고 3,4위인 시먼과 하네스는 30대 중후반이다. 바둑계와 마찬가지로 기억력 스포츠계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돌풍을 피할 수 없다. 나는 30대인 하네스, 시먼, 보리스를 응원한다. 힘껏 버텨라. ㅎㅎ
국가별 랭킹은 <시먼37 + 하네스34 + 보리스32> 30대 3인방이 건재한 독일이 1위. <알렉스23 + 랜스23 + 넬슨>의 미국이 2위. <쉬빈빈30 + 그 외 2인>의 중국이 3위. <나 + 계원 + 주상>의 한국팀은 약 25개국 중에서 9위를 차지했다. 평균 나이 40대에서는...세계 1위다 ^^;;; 내년 대회에는 Top5에 도전해 보자.
대회장에서도 아시아 연맹의 친목질은 계속된다. 인도, 필리핀, 싱가폴, 말레이시아, 일본, 몽골, 대만, 한국 등
신영답게 찰칵!
주상답게 찰칵!
혜정답게 찰칵!
계원답게 찰칵!
한국팀과 일본팀
한국 최초의 국제 기억력 마스터들, 대한민국 기억력 스포츠의 새 장을 열었다, 내게서 보스(또는 북한 김정은)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고 말한 분이 누구셨더라?. 이제 정말 다이어트 들어가야겠다.
(학습기억법이 아닌 대회기억법의) 레전드 of 레전드인 도미니크 오브라이언과 함께. 도미니크 앞의 중국 여자 아이는10살의 세계 최연소 국제 기억력 마스터로 중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틈새 공략에 성공한 신영.
세계 챔피언 알렉스와 중국 어린이 선수들. 중국은 기억력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만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월 수입이 수천 만원에 달하는 기억력 스포츠 강사들도 적지 않다고...
시니어 부문 세계 챔피언인 쇠렌 댐토프트 Soren Damtoft. 2014년 중국 대회에서 처음 만나 함께 사진을 찍었었다. 2015년 대회때는 내 랭킹이 많이 올라서 쇠렌과 같은 줄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쇠렌은 1시간 숫자에서 부진하여 기억력 마스터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다. 6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 1시간 동안에 숫자 1000자리 이상 외우기는 정말 쉽지 않을 듯 하다.
인간 하드 디스크 Human Hard Disk라 불리는 세계 랭킹 1위 요하네스 말로우와 한국팀. 그 전날에 엘레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사진 찍을 타이밍을 놓쳐서 아쉬웠었다. 폐회식 후에 드디어 찰칵!
대만 오픈때 내게 5분 숫자 동메달을 선물한 몽골의 의사 친구 셍게삼단Sengesamdan. 세계적인 강자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1시간 숫자에서 큰 실수를 해서 Top 10 안에 들지 못했다.
역시 탄탄한 팀웤이 느껴지는 몽골팀. 몽골팀은 셍게삼단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선수들이 카트나(맨 오른 쪽)가 운영하는 학원의 학생들이다. 기억력 스포츠에서는 대단히 뛰어나지만 실제 공부에 적용 가능한 학습법에 철저하지 못하다는 것이 함정.
2014년 세계 기억력 선수권 주니어 챔피언이고 2015 세계 최연소 IGM인 나의 몽골 제자 엥크가 이 아이들에게 실제 학교 공부에 필요한 <이해와 기억의 9절차>를 알려 줄 것이다.
국가 랭킹 2위를 차지한 미국팀. 왼쪽 부터 맏형 브랫 좝, 자유로운 영혼 랜스 치하트(spoken numbers 세계 기록 보유자), 세계 챔피언 알렉스 멀렌(1시간 숫자 세계 기록 보유자), 기억 등반가 넬슨 델러스(전 미국 챔피언 3회), 루이스 에체베리아(미국 Superhuman TV쇼 우승하여 상금 10만 달러를 받았다)
대회 모든 일정이 끝나고 헤어지는 길에서...시먼 라인하르트는 중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사인을 요청하는 중국선수들과 부모님들이 계속 몰려 들었다.
역시 시먼과 마찬가지로 중국 TV쇼 <최강대뇌 Super Brain>에 출연하여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요하네스 말로우에게 사인 요청이 쇄도했다.
독일에 하네스와 시먼이 있다면. 한국에는 조주상이 있다. 중화권에서 인기있는 애니메이션 <빼꼼> 제작자 중 일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어린이들이 몰려 들었다.
타이틀 획득 당시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타이틀 홀더라는 (아무도 모르는) 세계 기록을 세운...
한국팀과 타케루.
호텔로 돌아 가는 길. 축제는 끝나고 시원하기도 섭섭하기도...
한국 최초의 기억력 마스터 확인증서와 상금(500위안에서 세금 100위안을 제외한 나머지다 ㅎㅎ)
호텔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갈 때 잠깐 눈을 붙였다 떼었는데 벌써 공항에 도착했다. 눈 깜빡하니 1시간이 지나갔다.
돌아 오는 길. 쓰추완 성 공항에서...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져서 이틀 내내 잠만 잤다. 원정 경기란 것이 참 쉽지 않다. 한국에서 대회를 열면 되는데...한국 오픈은 언제 생길까? 타이틀은 세계 대회에서만 딸 수 있는데 한국이 세계 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까?
* 다음 주말에 열리는 제 3회 도쿄오픈을 대비한 훈련기를 쓰기 전에 작년 세계 대회를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이 참가 후기를 서둘러 썼다. 그런데...최근 연쇄적으로 발생한 일본 지진때문에 도쿄오픈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국제 대회 출전할 때는 소풍가는 듯한 설렘과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도쿄 오픈은 마음만 무거웠다. 굳이 마음을 거스르지 않고 다음 대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성인부 5인 외에 한국 기억력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중등부 2인, 초등부 1인이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무척 아쉽게 되었다.
이제 다음 둘에 집중하자.
1. 메타보카 중등부, 고등부 교재 완성 및 동영상 제작
2. 다이어트 + 운동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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