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 오리쌤은 기억법(Mnemonics)을 5년 동안 연구하여 독자적인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기억법을 상업적으로 가르치는 전문학원에 초빙되어 기억법 지도교사들에게 특강도 하고, 그곳의 책임자 중의 한 분이 기억법 교재 저술을 의뢰할 정도였으니 기억법에 관한 한 전문가라고 해도 크게 욕 먹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끔 흥이 나면 영어 또는 학습전략 강의 시간에 기억력 쇼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영어 강사로도 활동해서 메타vocabulary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다음 카테고리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너무 앞서 나가서 ^^; 뜨지 못했지요. 이 블로그에서 제시하는 학습체계는 그 당시보다 두 단계 정도 더 발전된 것입니다. 그리고 메타보카를 공부하면 최고 수준의 기억법까지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군요. 본 궤도로 돌아 오겠습니다. 언어는 회화가 중요한 만큼 풍부한 어휘실력 역시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배우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회화보다 어휘인 듯 싶습니다. 회화는 어색함과 두려움만 버리면 재미라도 있지요. 어휘는 방법을 모르면 참으로 지긋지긋한 놈입니다.
오리쌤은 5년 동안 만들어 놓은 기억법 체계를 사용하여 대학교 수준에서 필요한 영어 어휘를 마스터하리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교재로 당시 최고 수준의 어휘학습서였던 Vocabulary 33000( 약 3천 ~ 3천 500단어 수록)을 선택했지요.
처음에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제 딴에는 훈련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당 기억량이 60단어를 갓 넘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메타사고를 발휘하여 사고과정을 가다듬고 사고수준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거듭한 끝에 평균 120단어 정도를 처리하는 수준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최고 기록은 140개에 근접했었고 24시간 후 재생율은 80% 이상이었습니다.
Vocabulary 33000은 일반 대학생들이 4년 내내 공부해도 겨우 뗄까 말까한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책입니다. 기껏해야 어원으로 암기하는 방법 밖에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오리쌤은 하루 두 세 시간씩 한 달 반 만에 마스터했습니다. 주말은 무조건 쉬어야지요. ㅎㅎ 수험생처럼 3시간 이상을 투자했다면 3주 정도면 충분했을 것입니다.(다시 강조하지만 오리쌤은 그 당시 기억법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오리쌤을 가르칠 만한 분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의 오리쌤처럼 어느 수준 이상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럴 수 없음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3000개가 넘는 단어를 단기간에 학습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성취는 한 달 반 만에 시간당 120단어를 처리(기억)할 수 있는 진화된 어휘학습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진화된 어휘학습능력은 영어 어휘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과목에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사, 세계사 등 모든 과목의 정보들을 적어도 5배 이상 신속,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진화속도가 빨랐던 이유는 그 이전의 5년 동안 기억법 체계를 구축해 오면서 기억의 원리와 방법을 잘 알고 활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지요.
당시 오리쌤의 목표는 시간당 180단어를 처리하는 수준까지 어휘학습능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었습니다(개인적으로는 심리학사의 한 획을 그은 에빙하우스의 실험보다 더 의미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했지요 ㅎㅎ 그리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 부분의 연구에서 적어도 수 십명의 박사 학위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20초에 한 단어씩 기억하면 시간당 180단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가능할 듯도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야심찬 목표는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작한지 한 달 반 정도 되니 Vocabulary 33000에서 더 이상 외울 어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연습을 위한 연습을 할 수는 없지요. 연습을 위해 사전을 뒤적거려 평생 단 한 번도 쓰지 않을 쓸모 없는 단어들을 외울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사고의 속도와 언어감각, 심상과 감정의 처리 능력 등이 보통 수준인 오리쌤으로서는, 제 아무리 방법에 통달했다 하더라도 시간당 180단어는 불가능한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야구로 치면 노히트 노런 내지 퍼펙트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러나 그때는 열정에 불타던 때였으니 결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열정이란 때론 어리석음과 동의어인 듯 합니다.ㅎㅎ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어리석은 자가 발전시켜 온 역사입니다. 지금 스스로 지나치게 영리해져 있음이 너무 슬픕니다. ㅠㅠ)
결국 시간당 120 ~ 140 단어 정도를 처리하는 수준에서 멈춰야 했습니다. 그 후에 스스로 기억법을 좀 한다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지만 영어 어휘를 120단어 이상 처리하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TV에 출연하여 기억쇼를 연출하는 것과 영어 어휘를 학습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메타보카의 초급 수준만 넘어도 TV에 출연하여 기억쇼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 학습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메타보카에서 학습자의 능력치는 대학생 기준으로 시간당 기억하는 단어의 수에 따라 초급(시간당 60 ~ 90 단어), 중급(시간당 90 ~ 120 단어), 고급(120 ~ 150단어)으로 나뉩니다. 그 근거는 오리쌤의 직접 경험과 오리쌤이 가르쳤던 많은 학생들의 자체 보고에 있습니다.
타고난 능력이 오리쌤보다 뛰어난 어린 학생들이 메타보카를 통해 제대로 된 어휘학습방법을 체득하면 2 ~ 3개월 내에 120 단어 이상 고급 수준의 어휘학습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리쌤이 성취하지 못한 시간당 150단어의 벽을 깨뜨리는 학생들도 적지 않게 나올 것입니다. (시간당 180단어는 savant가 아닌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가능할 까 의문입니다 ^^;)
몇 년 후에 "어휘 기억왕"을 선발하는 대회를 주최해 볼 계획입니다. 메타보카가 대한민국 학생들 모두의 친구가 될 몇 년 뒤에는 오리쌤이 깜짝 놀랄만한 능력자들이 속출하겠지요.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그리고 상상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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