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분리형 주의 방식에서 넓은 합일형 주의 방식으로 전환하여 마음을 안정시키는 연암 선생의 글입니다. 연암선생은 이 경험을 통하여 <도를 알았다>라고 까지 표현하셨네요 ㅎㅎ
오리쌤은 연암 선생이 매우 뛰어난 오픈포커스 브레인의 소유자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잘 읽어보고 숙고해 보시면 오픈포커스의 개념 정립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잘 생각해 보시고 글 또 남겨주세요 ㅎㅎ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박 지원 열하일기 중에서
내가 요동 땅에 처음 들어왔을 때 바야흐로 한여름이라 뙤약볕 속을 걸었다. 홀연히 대하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 강에는 시뻘건 물결이 산같이 일어나서 마주 보이는 언덕 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이렇게 된 것은 천 리 밖 상류 지방에 폭우가 쏟아졌기 때 문이다.
물을 건널 때 사람들이 모두 머리를 젖혀 하늘을 우러러보기에, 나는 그들이 모 두 하늘을 향하여 묵도를 올리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것은 물을 건너는 사람들이 물을 외면하고 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소용돌이치며 용솟 음치는 물과 탕탕히 내닫는 물을 보았을 때, 몸이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고 시선이 물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는 것 같아 문득 현기증이 나서 물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사실 어느 순간에 그 잠깐 동안의 위급한 목숨을 위해 기도할 수 있었으랴! 그 위험하기가 이와 같았는데도 강물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모두 말하였다. "요동의 들이 평평하고 넓기 때문에 물이 성내어 울어대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강물을 알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요하가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밤중에 건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에는 물을 볼 수 있으므로 오직 눈이 위태로움을 보는 데만 쏠려, 벌벌 떨며 도리어 눈을 가진 것을 걱정해야 할 판에 도대체 무엇이 들리겠는가, 지금은 밤중에 강을 건너므로 눈이 위태로움을 보지 못한다. 따라서 위태로움이 오로지 청각으로 쏠려 귀가 이제는 벌벌 떨며 그 근심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도를 알았다. 마음을 그윽하게 갖는 자는 이목이 자기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이목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자세하면 할수록 더욱 병이 되는 것이다. 내 마부가 말에 발을 밟혔기 때문에 뒷수레에 태우고, 드디어 말재갈을 풀고 강물에 들어갔다. 나는 무릎을 오그리고 발을 모아 안장 위에 앉았다. 말에서 한 번 떨어지기만 하면 강물 속이다.
그럴 경우 강물로 땅을 삼고, 강물로 옷을 삼고, 강물로 몸을 삼고, 강물로 성정을 삼으리라고 생각했다. 한번 떨어질 것을 마음 속에 각오하자, 내 귀에는 마침내 강물 소리가 들려 오지 무릇 않았다.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는데 조금도 걱정이 없이 마치 탁자 위에 좌와기거하는 것 같았다.
옛날 우가 강을 건너는데 황룡이 등으로 배를 졌다고 하니, 이는 지극히 위태로운 것 이다. 그러나 사생의 판단이 먼저 마음에 분명해지면, 용이라고 해서 크게 보일 것도 도 마뱀이라고 해서 작게 보일 것도 없다. 소리와 빛은 외계의 사물이다. 외계의 사물이 항상 이목에 누가 되어, 사람으로 하여금 보고 듣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이와 같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은 그 험하고 위태로움이 강물보다 심한 데가 있는데다, 보고 듣는 것이 곧잘 병이 되는 데에 있어서랴. 나는 또 나의 산중에 돌아가 다시 앞 냇물 소리를 들어 이것을 시험해 보고, 그리고 몸가짐에 교묘하고 스스로 그 총명함을 자신하는 자들에게 경고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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